방황하는 스물다섯의 너에게
- 모순, 양귀자
○ 제목 : 모순
○ 저자 : 양귀자
○ 출판 : 쓰다
○ 발매 : 2013. 4. 1.
○ 평점 : ★★★★☆ (4/5)
인생에 관한 질문들
‘삶이란 무엇인가?’
‘사랑이란 무엇이며, 행복이란 무엇인가?’
전 인류사를 통틀어 가장 많이 던져지는 질문 중 하나가 아닐까 싶은 것이 바로 인간의 삶에 대한 문제이다. 먹고살기 바빠 죽겠는데 생각해봤자 일 원 한 푼어치도 안 될 것 같은 질문들. 하지만 생각해보면 전 인류사를 통틀어 가장 많이 던져지는 질문들. 수많은 철학자와 지식인들이 숱하게 고민했던, 그런데도 아직 100% 명확한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 질문들
소설 「원미동 사람들」로 우리에게 친숙한 소설가 양귀자의 장편소설 「모순」은 우리가 이런저런 핑계로, 또는 너무 바쁘게 돌아가는 삶의 굴레로 인해 무심코 지나쳐 저질지도 모르는 삶에 관한 이야기이다.
스물다섯의 안진진, 그리고 나
처음 이 책을 접한 건 복학 후 글쓰기 교양수업에서였다. 서평 과제를 제출하기 위해 책을 고르다가 뭐랄까, 제목이 소설 주제에 꽤 심오한 느낌이 있어 집었던 것이다. 이 책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이유 중 하나는 책 주인공인 ‘안진진’이 그 당시 나랑 동갑인 스물다섯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스물다섯 살 '안진진'은 우리 주변에도 충분히 있을법한 평범한 대학생이다. 학비 마련을 위해 분주히 푼돈을 버는 것으로 젊음을 보내는 그녀는 문득 자신의 빈약하기 그지없는 삶에 대한 회의감으로 눈물을 흘리는 것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내가 요즘 들어 가장 많이 우울해하는 것은 내 인생에 양감이 없다는 것이다. 내 삶의 부피는 너무 얇다. 겨자씨 한 알 심을 만한 깊이도 없다. 이렇게 살아도 되는 것일까?”
“이십 대란 나이는 무언가에게 사로잡히기 위해서 존재하는 시간대다. 그것이 사랑이든, 일이든 하나씩은 필히 사로잡힐 수 있어야 인생의 부피가 급격히 늘어나는 것이다.”
극명히 대비되는 두 인간상
소설 속 등장인물은 극단적으로 이질적인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온갖 불행을 안고 있지만, 끊임없이 이를 극복해 나가는 엄마, 부드럽고 낭만적이지만 때때로 자신에 대한 모독을 못 견뎌하며 술만 마시면 폭력적으로 변하는 성격파탄자 아버지, 철없는 사고뭉치 동생 진모, 그리고 자신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는 진진. 이들은 마주할 수밖에 없는 불행들 때문에 지루할 틈 없이 바쁘게 살아간다.
반면 모범적인 남편이자 아버지인 이모부, 반듯하게 자란 사촌 주리와 주혁, 그리고 이모는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누리며 진진 가족에겐 없는 행복을 갖고 산다. 일란성쌍둥이로 같은 날 태어나 같은 환경에서 자랐던 엄마와 이모였기에, 결혼을 기점으로 완전히 상반된 삶의 길을 걷게 된 두 자매의 모습을 보며 진진은 모순투성이인 삶을 어떻게 이해해야만 하는 것인지 생각하게 된다.
진진의 남자였던 '김장우'와 '나영규'도 역시 상반되는 인물이다. 자기감정에 충실하고 직설적이며 자신의 삶에 조그마한 돌출도 허용하지 않은 채 자신이 세운 계획에 절대적으로 충실하려 했던 나영규, 그리고 많은 것을 가지지는 못했지만 진진에게 희미한 흔적과 여운을 남기는 방식으로 진진을 사랑했던 '김장우'는 각각 이모부와 아버지를 닮아있다.
마음이 동(動)하는 삶 vs. 결핍을 채워주는 삶
선택에는 항상 상반된 감정이 뒤따른다. 선택에 따른 만족감과 안 가본 길에 대한 후회가 바로 그것이다. 자신의 삶을 ‘결혼’이라는 수단으로 개선하려고 했던 진진 역시 두 명의 남자를 두고 마음이 동하는 상대와 함께할 것인지, 아니면 자신에게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상대와 함께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것이다. 진진의 이모가 진진에게 가르쳐준 대로 가능한 동량의 행복과 불행을 누려야만 하는 것이 삶이라면, 어떤 종류의 불행과 행복을 선택할 것인지는 그녀의 몫이 되겠지.
결국 이 소설은 삶은 모순투성이이지만 어떤 삶이 바람직한가에 대한 답은 내리지는 않는다. 삶의 의미는 자신이 선택한 것에 대하여 직접 경험하고 탐구해보지 않으면 깨달을 수 없으며, 다만 그 답을 찾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성장하고 성숙해질 뿐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인생은 짧다. 그러나 괴로움은 인생을 길게 만든다.
개인적으로 문학, 특히 시나 소설을 읽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재미나 흥미가 없다기보다는 읽고 난 뒤의 여운? 찝찝함? 이랄까, 다른 장르의 책들에 비해 내 생각을 말이나 글로 정리하는 것이 너무 힘들기 때문이다. 손에 잡히지 않는 구름처럼 생각의 파편들이 머릿속 이곳저곳 떠다니면서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찝찝함을 남기곤 한다. 「모순」도 마찬가지이다. 이야기의 흐름이나 등장인물의 관계가 복잡하지도 않고, 현학적인 표현이 난무하는 것도 아니지만 쉽게 독서를 마무리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작가는 「모순」을 천천히, 아주 천천히 읽어주었으면 좋겠다고 당부한다. 그래서인지 이 책은 매년 불현듯 생각날 때마다 읽곤 한다. 올해도 어김없이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기면서 스물다섯의 안진진과 내가 아닌 스물여섯, 스물일곱, 스물여덟의 안진진과 나를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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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최초작성(2020. 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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