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글쓰기로 부업하기/글쓰기(서평) 연습

책 추천, 달의 조각, 하현

by 폴로늄홍차 2021. 9. 9.
반응형

미완예찬

- 달의 조각, 하현

 

○ 제목 : 달의 조각
○ 저자 : 하현
○ 출판 : 빌리버튼
○ 발매 : 2017. 1.25.
○ 평점 : ★★★★☆ (4/5)

 

달의 조각, 하현

 

불완전해서 소중한 것들을 위한 기록

보름달보다는 반달여름보다는 겨울완전한 존재보다는 불완전한 존재.

 

무엇보다 불완전한 존재들의 일상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는 문장들로, 우리의 삶, 청춘, 관계, 행복, 부모님, 외로움, 그리움, 사랑을 말해주는, 조금은 촉촉한 새벽 세 시 같은 에세이, 달의 조각.

 

청춘

청춘은 경계에 있다. 무엇도 될 수 없고, 무엇도 될 수 있는. 불안한 청춘, 그 무한한 가능성의 크기만큼.

 

대학 시절 학원 아르바이트에서 가르쳤던 아이들을 보면서, 한 명 한 명이 곧 피어오를 꽃망울처럼 아름답고, 궁금하고, 기대되고, 설레는. 그런 존재처럼 느껴졌다. 청춘이란 앞으로 마주할 수많은 시간들, 그 시간 속에서 펼쳐질 무한한 가능성만으로 아름다운 존재감을 드러내는 시기인 걸까?

 

아버지라는 세 글자

나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아빠의 청춘과 맞바꾼 내가 적어도 딱 그만큼의 가치는 있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

 

취업을 하고 나서 내게 생긴 변화는 상상 이상으로 컸다. 단지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인으로서 자리를 이제 막 잡은 것뿐이었지만, 그동안 마음의 여유가 없어 돌아보지 못했던 것들이 내 시야에 들어오는 순간이었다. 아버지는 퇴직과 환갑이라는 갑작스러운 인생의 전환점에 우울증이 찾아온 것 같았다. 아버지 생신 선물과 함께 드릴 편지를 썼다.

 

"아버지는 가끔 술을 드시면서 당신의 인생은 성공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씀하셨지만, 아버지는 아들, 딸 대학도 다 보내시고 또 둘 다 사회에서 한 사람의 몫을 해낼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최선을 다하셨으니 충분히 성공한 인생입니다. 앞으로 자식들 걱정은 마시고 앞으로의 인생 온전히 아버지만을 위해서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셨으면 좋겠습니다. 항상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편지를 눈으로 읽어내려가던 아버지는 애써 참았던 눈물을 흘리셨다.

 

나이를 한 살 두 살 먹어가면서 아버지에게 실망감을, 한편으로는 연민의 감정을 느끼게 되는 순간이 있다. 하지만 아버지도 불완전한 한 사람인 것을. 그런데도 아버지가 위대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자식에 대한 사랑과 헌신, 그리고 희생이 아닐까 싶다. 먼 훗날 나 또한 누군가의 아버지가 된다면 우리 아버지만큼 잘할 수 있을까?

 

행복

행복이라는 단어에 너무 큰 기대를 걸지 마. 그저 오늘을 살았다는 것. 어쩌면 그게 바로 네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행복일지도 몰라.

 

누구나 행복하기를 바란다. 문득 생각했다. 행복이 뭐지? 어떤 걸 행복이라고 하는 거지? 행복해지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 이전에 나에게 어떤 것이 행복인지를 고민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나는 오늘도 내가 뭘 했을 때 행복한 것인지 고민 중이다.

 

위로

무조건적인 희망의 말은 때로 의도하지 않은 폭력성을 가진다. 무거운 말들은 부담이 되고, 그 부담은 가장 순수한 얼굴을 하고 목을 바짝 조여온다. 어쩌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힘내라는 말이 아닌 손끝으로 전해지는 작은 온기일지도 모르겠다.

 

어려운 시기에 취업이 되어 인생의 큰 과제를 하나 해결했다는 것에 안도하면서도 그저 기뻐할 수만은 없는 까닭은 지금, 이 순간에도 언제 끝날지 모르는 취업 준비로 온갖 고민과 스트레스에 둘러싸여 자신과의 고독한 싸움을 하고 있을 주변의 친구들 때문일 것이다. 얼마 전까지의 내 모습이었을 테니.

 

친구야 개안타. 꾸준히 하다 보면 분명 기회가 올 거다.” 라며 위로를 건네지만, 분명 위로를 하는 나도 이 말이 큰 위로는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런 위로밖에 할 수 없는 나 자신이 원망스럽다.

 

인간관계

가벼워질 대로 가벼워진 소통이 결국 저 멀리 어딘가로 날아가 버린 순간, 또 하나의 인연이 나를 떠나간 것을 슬퍼한다. 하지만 사실 누구도 당신을 떠나지 않는다. 우리는 모두 그저 잠깐 스칠 뿐이다.

 

외향적이고 활달하고 항상 생기 가득한 성격 덕분에 사람을 끌어들이는 매력을 지닌 사람이 있다. 그 사람 주변엔 항상 사람이 끊이지 않았고, 나는 그런 성격이 너무나 부러웠다. 그러지 못한 성격을 고쳐보려고 했지만 타고난 성격을 쉽게 고치는 건 힘든 일이다. 그래도 문득 굳이 내 성격을 바꿀 필요가 있을까 싶은 순간도 있다. 좁고 얕은 인간관계가 꼭 나쁘다고 볼 필요는 없을지도.

 

달의 조각

편견일 지도 모르겠지만, 이과-공대-기술직 라인을 타고 있는 이과 DNA 소유자인 나는 스스로도 감정이 메마른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또 거기에 나름 만족하지만 가끔은 이렇게 감성에 젖는 날이 있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새벽 세 시, 깜깜한 방 안에서 스탠드 하나만 켜 놓고 김연우의 노래를 들으며 읽는, 달의 조각

 

○ ‘달의 조각’ 책 구매하기: https://coupa.ng/b6GkHi

 

이 포스팅은 쿠팡 파트너스 활동의 일환으로, 이에 따른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습니다.


최초작성(2020. 1. 5.)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