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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로 부업하기/글쓰기(서평) 연습

책 추천, 나의 한국현대사, 유시민

by 폴로늄홍차 2021. 9.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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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대한민국 격동의 현대사

- 나의 한국현대사, 유시민

 

○ 제목 : 나의 한국현대사
○ 저자 : 유시민
○ 출판 : 돌베개
○ 발매 : 2014. 7.10.
○ 평점 : ★★★★☆ (4/5)

 

몇 년 전, 역사 교과서의 좌편향을 비판하며 탄생했던 뉴라이트 역사 교과서의 탄생으로 한국 사회가 떠들썩했다. 교육부가 EBS 수능 교재에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얼토당토않은 핑계로 전두환 군사독재 시절 무고한 민간인들의 인권을 짓밟았던 삼청교육대에 관한 내용의 삭제를 요구한 사실이 드러났었던 적이 있었다. 좌편향이니 우편향이니 하는 국내에서의 이념 논쟁부터, 일본, 중국을 비롯한 주변 국가의 역사 왜곡으로 야기된 국제 분쟁까지, 역사를 둘러싼 문제들이 빈번하게 일어나며, 특히 과거 청산이 제대로 되지 않은 곳에서는 더더욱 그 정도가 심한 경향이 있다.

 

 

역사란 무엇인가?

역사는 도대체 무엇이기에 사람들이 이렇게나 민감해하고 집착하는지, 역사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독일의 역사학자 한스 위르겐 라르츠는 역사학이란 단지 과거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오늘날 현대인들이 직면한 수많은 갈등을 해소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동시에 우리가 책임감을 가지고 행동하기 위해서 과거를 회피하지 않고 올곧게 마주해야 하며, 다만 과거로부터 자신을 분리하는 것으로 그 긴장 관계를 견뎌야 한다고 주장한다. 21세기 한국사회의 정치, 사회, 문화, 경제를 비롯한 거의 모든 분야에서 벌어지고 있는 갈등의 이면에는 예외 없이 과거의 특정한 역사적 사건이나 흐름으로부터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대의민주주의를 택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대표를 선출하는 선거만큼 중요하고 이슈가 되는 일은 없다. 대선, 총선, 지방선거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뽑아야 하는 사람도 정말 많지만, 대개 여권과 야권으로 양분되는 2개의 거대 정당으로 압축되기에 선택의 폭은 줄어든다. 득표 양상으로 미루어보면 세대갈등의 심화를 몸소 느낄 수 있다. 독재에 맞서 민주화 투쟁에 참여했던 민주화 세력을 필두로 한 여권은 20~40대의 지지를 많이 받지만, 박정희의 개발독재 시기의 경제성장과 전두환 군사독재 시절 3저 호황에 기인한 경제성장을 맛본 50~60대는 전적으로 산업화 세력을 지지한다. 이들은 국가에서 시행하는 안보, 경제, 복지 등에 관한 정책에 대하여 첨예하게 대립한다. 예컨대 어려서부터 반공 이데올로기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자란 50·60세대와 햇볕정책으로 대북관계개선을 꾀했던 참여정부의 성과를 보고자란 20·30세대는 현 정부의 통일, 안보정책을 보는 관점은 매우 다르다. 또한 소수 대기업에 집중하여 급속한 경제성장을 보았던 세대들과 급속성장으로 인한 폐해를 마주하는 세대가 바라보는 경제, 복지 정책은 꽤 다를 수밖에 없다.

 

역사란 결국 어떤 과거의 사건들을 취사 선택하여 역사적 의미를 부여하는 과정이기에 선택의 주체인 역사가(歷史家) 개인의 사상이나 배경, 가치관에 따라 동일한 사건도 매우 다양하게 해석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때문에 저자가 책 제목을 단순히 한국현대사로 하지 않고 나의 한국현대사로 정한 것이 바로 그 까닭임을 추측할 수 있다. 대구 경북 출신의 성공한 프티 부르주아이자 엘리트인 유시민이라는 개인의 시각을 바탕으로 철저히 주관적인 시각으로 현대사를 서술한다. 저자가 태어난 1959년을 시작으로 2014년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해방과 한국전쟁 이후에 벌어지는 대한민국 격동기를 온몸으로 살아온, 현대사의 산증인 입장에서 쓴 자전적 현대사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사회운동으로 유명했던 저자의 커리어를 고려하더라도 생각했던 것만큼 한쪽으로 편향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중립적인 스탠스를 고수하려는 노력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에 세대를 아울러 많은 사람이 읽기에 거부감이 덜 할 것이라 생각한다.

 

선과 악을 명확히 구분할 수 있다는 오만

최근까지 이승만-박정희-전두환의 계보를 이어 산업화 세력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을 거의 절대악 수준으로 치부했다. 오늘날 우리 사회의 꼭대기에서 그들이 벌이는 이기적인 행위들로 인해 대한민국의 앞날에 대해 굉장히 회의적이고 비관적이었다. 그러나 분명 지금보다 더한 고난과 역경의 시기에 더 나은 국가를 위해 희생한 사람 중에는 산업화 지지 세력이 있다. 그들 덕분에 지금의 대한민국이 존재한다는 말은 과장이 아닐 것이다. 자신들이 살아온 과거의 삶에 대한 보상심리,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무조건적인 지지보다는 그 과정에서 우리가 놓쳐버린 중요한 가치는 없지 않은지 그들도 맹목적인 지지를 거두고 좀 더 객관적인 시선에서 합리적인 의구심을 가질 필요가 있어 보인다.

 

400페이지가 넘는, 결코 양이 적다고 할 수 없는 이 책을 막힘없이 읽어 내려갈 수 있었던 것은 역시 유시민이라는 작가의 필력 덕분이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장르와 내용을 떠나 가독성 면에서 과연 저자를 능가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한 문장 한 문장이 깔끔하다. 일반 대중이 소화하기 어려운 한자어나 현학적 문구를 중구난방으로 흩뿌려놓지도 않았고 글의 구성과 흐름 또한 명료하고 간결하기에 중학생이 읽어도 전혀 무리가 없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특히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에서 그 짧은 글 속에 55년을 살아온 저자의 삶의 신조와 사상, 대한민국을 바라보는 시각을 집약적으로 보여준 것은 깊은 인상을 심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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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작성(2020. 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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